오페라


정간보 

(하이라이트 감상하기)


소리의 그릇을 짓다

정간보는 흔히 위대한 성군이 남긴 여러 업적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바라본 정간보는 악보의 발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소수가 독점해 온 음악을, 가장 낮은 곳에 있던 백성에게 나누어 주려 한 하나의 사건이다. 그 중심에는 세종이라는 한 인물의 고독하고 치열한 싸움이 있다.

작품을 쓰는 동안 거듭 떠올린 물음은 "왜 지금 정간보인가"였다. 정보는 넘치지만 참된 대화는 드물고, 모두가 연결된 듯하나 실은 저마다 고립되어 있는 오늘의 풍경은, 규율에 묶여 백성의 목소리가 좀처럼 닿지 못하던 조선의 단절과 닮아 있었다. 오늘의 스마트폰이라는 '칸'이 저마다를 가두는 벽이 되었듯, 정간보의 '우물 정(井)' 자 또한 누군가에게는 소리를 가두는 틀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이 발견한 정간보는 그 반대편에 있다. 천한 백성의 숨소리이든 고귀한 악기의 울림이든, 어떤 소리에게나 똑같은 크기의 자리를 내어 주는 가장 평등한 틀이다.

음악은 서로 맞부딪치는 두 결로 짜여 있다. 억압을 상징하는 날 선 불협화음과 백성의 생명력을 담은 유려한 선율이 극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충돌한다. 이 오페라의 정점은 화려한 아리아가 아니다. 모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문득 찾아오는 거대한 정적, 그리고 그 침묵을 깨고 백성의 거친 숨소리가 마침내 노래로 피어나는 순간이다. 흩어져 있던 소리가 하나의 화성으로 정돈되는 그 자리에서, 이 작품이 가장 오래 품어 온 울림이 관객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DAESEOB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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